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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공부도 손에 안 잡히고 주절주절 대본다.

홈페이지를 입대전에 잘 쓰다가 입대후에도 가만 놔두면 될 걸

왜 없얘버렸냐 하면 사연이 있다.

훈련소에 가면 수양록이라고 일기를 쓰는데 강제로 쓰기 때문에

다들 쓰게 되어 있다.

그렇게 쓰다보니 경찰학교에서도 쓰게 되고 중대로 배치받아서도 계속쓰게 되었다.

무기고/입초근무 설때나 방범 나가서 직원이랑 짱박혀 쉴 때

수첩같은데다가 적었기 때문에 힘들게 적어놓은거 잃어버릴까바

외박나왔을때마다 틈틈히 홈페이지에 옮겨서 적어 놓았다.

어차피 오는 사람도 얼마 없고 뭐 문제가 되겠냐~ 하는 생각에

계속 옮겨 적어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일병 5호봉정도 됬었나..

점호청소시간부터 뭔가 웅성웅성거렸다.

슬쩍 들어보니

'야 어떤새끼가 피시방 간거랑 구타한거 이런거 인터넷에 다올렸대~'

'완전 미친놈이네'

갑자기 머리속이 거의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옆에서 떠드는 고참들은 누구 싸이에 있는지 찾는다면서 떠들어 댔지만

난 이미 '저건 100% 내꺼다' 라고 확신했기에

마치 예전에 무면허로 차끌고 나갔다가 박았을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기장에 적어놓은 글들이 머리에 스쳐갔다.

...

하지만 스쳐간지 오래되어서 지금은 기억이 안나서 대충 찾아봤다 ;

찾아보니..

'이경 2호봉이 되었다 ㅋㅋ'
'취사반 창고에서 누가 맞았다'
'고참들이 다 잘때까지 기다렸다가 화장실가서 무전음호랑 암기사항 외웠다'
'점호시간에 소대고참이 중수에게 맞아 고막이 터졌다'
'고참들이 근무를 안서고 신병들에게 돌린다'
'연일 이어지는 깨스'
'고참하나가 심심해서 기대마를 시동걸다가 출발해서 사고낼뻔'
'저녁방범에는 무전기를 안주길래 노래방을 갔다 아줌마가 직원인줄 알고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네'
'오늘 누구누구랑 방범갔더니 PC방에 갔다'
'경복궁 상황나가서 어느대학 졸업작품 해논데가서 선물로놔둔 초콜렛이랑 사탕훔쳐 먹었다'
'부관이 자꾸 구보시킨다 개생키'
등등...

내용이 거의 소원수리를 100번정도 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홈피에 적어놓은 글이 왜 걸렸을까 궁금했는데

저녁에 행정반으로 끌려가서 직원이 가져왔다면서

중대부관이 나에게 보여준 A4용지 한뭉치를 보면서 의문이 풀렸다.

몇달전에 어떤 경장이랑 방범을 나간적이 있었는데 잠시 어디갔다 온다길래

그땐 내 고참이던 나성일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던 일을 적은것 때문에 걸린거었다.

본문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8/29 일
소대 분위기 좋다 싶더니 깨스걸렸다
이유는 이현성의경 2주년 안챙겨줘서..
아.. 조박사가 지랄한다..
근무복이랑 기동복 다 빨란다..짱나..
이현성의경은 내일인줄 알았는데 오늘이고..
쩝..
주간방범에는 돈암에갔다가 아이스크림먹다가 홍X팔에게걸려
홍X팔이 나성일의경입에다가 아이스크림을 조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야간방범나가서는 이승재의경이 조승용의경이야기를 한다.
자주말하는 크리스마스날 처맞은 이야기,
설날,추석 처맞은 이야기등 처맞은 이야기를 많이했다.
그렇게 맞고 지내서 억울한가보다.
'

아직도 그날 나성일이 들고있던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나성일 입에다가 쑤셔넣으며 욕하던 기억이난다

나성일은 5분전에 고참이랍시고 나를 데리고 슈퍼에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먹어라'라고 위엄을 뽐냈으나 불과 5분뒤에 직원에 의해

입에 아이스크림이 넣어진채로 조져졌다 ㅋㅋ



아무튼간에 위에적은 저 병신같은 경장이 자기이름을(특이함) 네이버에 쳤더니

내 홈페이지가 검색되었고 읽어보니 나름 열받는 내용이 많아

나를 영창보내겠다고 그걸 복사해 온것이었다.

그때 크게 디어서 지금은 꿀릴건 없지만 본문에 X처리를 했다.



내입장에선 말도 안되게 힘든일이 닥친거지만 시기가 좋았다고나 할까.

불과 몇주전에 구타사고로 내동기를 비롯해 몇명이 날아가서 쓰레기들이 전출되어  

별로 맞을것 같진 않았고 마침 중대수하나가 제일친했던 소대아버지라 갈구고 패는 대신에

날 몰래 데리고 가서 홈페이지를 지우게 도와주었다.

나는 그때 너무 급박했기에 그냥 탐색기 FTP로 계정을 연뒤 닥치는대로 DELETE 키를 눌렀다

백업이런걸 할 여유는 없었다.

(bbs폴더가 퍼미션때문에 안지워졌는지 내가 안지웠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다행히 남음)



그렇게 신나게 hizoa.com이 사라졌다.









2008/12/18 08:51 2008/12/18 08:51